뉴뉴의 성장일기/2014

[꼬꼬뉸뉴 육아일기] 꼬물의 탄생 (+1)

Summer Sunshine 2017. 2. 7. 23:14

14년의 마지막날, 12월 31일이 예정일이 었던 꼬물이는,

엄마뱃속에 있을 때부터 내년에 나와라, 천천히 나와라, 조금만 참아 라는 말을 쭉 들었지만! 


2014년 12월 8일 월요일 오전 11시 14분에 쨔쟌 하고 세상에 나왔다.


임신기간 내내 프로젝트 수행하느라 바쁘게 다니고,

그 와중에 주 2회씩 하는 임산부 수영도 다니며 접영까지 하고(임산부들은 한팔 배에 무리가 안가는 선에서 한팔 접영까지는 가능하다.) 

8개월 이후부터는 프로젝트 마무리 하느라 야근도 마다않았다.(어쩔 수 없었지만..)

우리 꼬물이가 바쁘게 돌아다니는 엄마 때문에 맘편히 쉬지 못해서 세상에 빨리 나왔나 싶기도 하다.


 D-3 일이었던 금요일은 프로젝트 마무리 하고 기쁜마음에 친구와 명동을 세시간씩 걸어다니며 프리모바치오도 가서 좋아하는 빠네랑 피자도 먹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구경도 많이 했는데, 마지막엔 밑이 빠질 것 같은 통증에 스타벅스에서 호흡을 고르며 람쥐에게 SOS를 쳐서 겨우 집에 들어갔다.

( 너무 둔한 엄마라 그 때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가진통이 아니었나 싶다. )


D-2일이었던 토요일엔 아침일찍부터 조리원에서 하는 라마즈 호흡법 수업이 있어,

운동할 겸 걸어서 강남까지 왔다갔다 하느라 꼬물이를 피곤하게 했다.

어쩌다 보니 처음듣는 조리원 수업이 마지막 수업이 되 버렸는데, 

아기 낳을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안 들었으면 후회 할뻔 했다.

순천향 대학 병원 수간호사 출신 선생님이 강의를 해주셨는데 예비 엄마 아빠들이 궁금해 할 이야기만 쏙쏙 뽑아서 알려주시고 남편들한테 애기엄마는 애낳고 6개월은 성질 건들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후후 6개월은 납작 업드려 살라고요.



D-1인 일요일은 정말 바쁜 하루를 보냈다.

대학시절 내내 붙어다니던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는데, 친한 대학 선배의 와이프가 임신 7개월차로 함께 참석했는데 왜소한 몸에 자리도 없이 서있는게 안쓰러워 내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나는 튼튼해서 괜찮으니 앉으라고 하고 결혼식 내내 서있었다. 그때는 별로 힘든거 같진 않아 한시간정도 서있었는데 꼬물이한테는 힘들고 무리가 되었나보다.

결혼식 끝나고 나선 다른 친구집에도 들려서 친구 딸이랑 놀아주다 장난감이랑 옷가지도 받아오고,

인천공항가서 홍콩여행을 마치고 온 가족들도 데리고 왔다.


만삭인 엄마가 너무 무리를 한 탓인지 다음날 새벽 양수가 터졌다.


드디어 대망의 D데이입니다.


하루종일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너무 피곤했던 탓에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기절해서 자다가 새벽 3시 반쯤 깼는데 느낌이 영 이상했다.

바지가 축축하고 바닥이 젖어있길래.....

내가 드디어 지렸구나.......라고 생각하며 눈물이 날뻔했다.(임신 내내 임산부 요실금 처럼 살짝 살짝 새긴 해서 양수가 터졌단 생각은 못하고 실수했다고 생각해버림.....)


밍기적 밍기적 옷을 갈아입고 자는 남편을 깨우며 울먹이고 말했다.

"람쥐, 나 바닥에 실수를 해버렸어......"


비몽사몽 하던 남편이 화들짝 놀라며 양수가 터진거 아니냐고 진지해졌다.


설마. 양수가? 란 생각이 들면서

조리원에서 듣던 수업이 떠올랐는데

"양수가 터지면 바로 병원을 가야한다. 애기가 탯줄에 목이 감겨서 위험할수도 있고. 목욕을 하면 감염의 위험이 있어 그 상태로 바로 오라"고 했다.


하지만 양수가 터진게 아닐수도 있고(그냥 목욕이 하고 싶었음) 찝찝한 상태로 애기 낳는것도 싫고 머리를 하루라도 안감으면 떡지는 지라 목욕을 감행하고 병원에 전화했다.


병원은 분만실이 있기때문에 24시간 연락이 가능했고, 분만실 간호사와 통화하며 양수가 터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따듯한 물이 새어나왔고 살짝 피도 비쳤다.


아직 출산이 1달이나 남았을 시기라 출산가방은 커녕 마음의 준비도 못한 상황인데,

벌써 산부인과를 가야하다니. 무섭거나 놀랍지는 않고 당황스러운 마음이 컸다.


이거저거 준비할 틈도 없이 옷이랑 정말 필요한 것만 대충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분만실에서 병원으로 오는 동안 양수가 샐 테니 위생패드를 하고 오라고 했다. 정말 따듯한 물이 새는 느낌이 병원 가는 내내 났는데 병원이 5분거리라 참 다행이었다.

 





입구에 들어가서 이름을 말하고 ,

예비엄마만 안으로 들어가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이런저런 준비를 한다.

환자복은 뒤가 파격적으로 트여있는 원피스 모양 이였는데, 척추주사를 맞기위해 그렇게 생겼나 싶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면 간호사가 안에 들어와서 관장을 준비해준다. 5분정도 만큼 참으라고 하고 그 이후에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면 된다고 했는데, 나는 1분? 2분 정도 만에 바로 화장실에 들어가 해결을 했던듯.

태어나서 처음해보는 관장인데 남들이 말한것 처럼 굴욕적이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거나 하진 않았다. 그냥 대장내시경 약 먹었을때 처럼 장이 싹 비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보호자는 이 문 밖에서 기다리는 데 10분 정도 지나고 준비가 되면 안으로 호출을 한다.


새벽 4시 정도 도착한 병원인데,

나 말고도 두명의 예비엄마들이 분만을 준비하고 있었다.


누워서 얌전히 기다리는데 분만실 간호사 선생님이 자궁문 상태를 확인하러 왔다. 

"산모님, 벌써 2.5센티 이상 열리셨는데 진통 없으셨어요? 너무 평온해 보이시는데.... 일단 무통주사 맞으시려면 3센티 열려야 맞을 수 있어요."


난 정말 가진통이라고 오는 느낌조차 없었는데 벌써 자궁이 3센티 가까이 열렸구나. 정말 신기하게도 조금의 통증조차 없었다. 내가 원래 통증에 무디다고는 하나 진통을 느낄 수 없다니. 대단한 몸이다. 

무통주사는 임신초기부터 담당원장선생님이 추천해주셔서 고민하지 않고 맞기로 했다. (첨에는 한지혜원장님으로 지정했었는데 너무 시니컬하신점이 나랑 잘 맞지 않는것 같아 박유나 원장님으로 바꿨다. 박원장님은 친언니처럼 너무도 쿨하고 자상하게 상담해주시는 점이 맘에 들었다.)


십분 이십분 정도 지났나 자궁문이 3센티가 지나게 열리고 마취과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척추마취를 해주셨다.

임신기간 찾아본 출산후기에서 척추마취가 아팠다고들 하던데 새우자세로 누워있으면 척추에 바늘을 꽂아 무통주사를 연결하는데 따끔? 정도의 느낌. 엉덩이주사 맞는 것보다 덜아팠다.


애초부터 진통도 없었는데 무통주사까지 맞으니 더욱 느낌이 없었다. 사실 나도 람쥐도 내가 아파서 무섭거나 걱정되기 보단, 옆의 산모가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소리를 질러서 그거에 놀라고 무서웠다. 

내가 무통주사를 맞는동안 옆에 산모는 거의 사경을 해맸는데, 아파서 끙끙앓으며 제발 무통주사 놔달라고 애원을 했는데 확인해보니 자궁문이 1센티도 안열려 엉엉 울고 소리지르시고....결국 무통주사를 맞을수 있는 3센티가 열리기까지 4시간 정도가 걸려 엄청 힘들어했다. 그리고 그분도 무통주사를 맞고난 이후는 너무도 평온하게 지내셨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통이 오는 느낌이 나긴했다. 간호사선생님이 꼬물이 심박수를 보더니 아기가 힘들어한다며 산소마스크를 씌워주셨다. 심호흡을 해서 꼬물이를 도와주라고 하셔서 열심히 심호흡도 하고 라마즈호흡도 하고 조금씩 조금씩 꼬물이를 만나러 다가섰다.


머리맡에는 내 진통의 정도를 알수있는 그래프가 나온 기계가 있었는데, 97 100을 찍어도 힘들다 아프다라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역시 이래서 무통천국이라고 하는거였다.


시간이 한시간 두시간 지나고 자궁문이 7센티. 8센티. 9센티 열렸다. 

그동안 남편은 옆에서 우리부모님/시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나랑 꼬물이가 힘들어할까바 손도 꼭잡아주고 라마즈 호흡을 도와줬다. 근데 생각보다 내가 안 힘들어하고 같이 웹툰보고 카톡하고 노는 시간이 많았다는 놀라운 후기다. 다시한번 무통천국!


하지만 이런나도 아픈건 있었는데 바로 내!진!이다.

양수가 너무 빨리 터져서 내진이란걸 분만할 때 처음해 봤는데 내진은 아팠다. 장이 뒤틀려서 신경이 꼬인거 같은 느낌처럼 거슬리게 아픈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잠깐 잠깐 해서 다행이었다. 밑에 손을 넣고 뭐를 잡아당기는 거 같은데 챙피하다기보단 그냥 아프다.


드디어 오전 9시가 되어 자궁문이 다 열렸다. 아기가 밑으로 내려와서 밑에 걸린느낌이 나고, 정말 배변의 느낌처럼 아랫배가 싸하고 곧이라도 화장실을 가야할 것 같은 느낌이 왔다.(그러면 바로 애기낳을 때가 된것이라고 한다.) 애기낳기전에 다른것을 배출할것같아 너무도 당황스러워 화장실 가겠다고 졸랐는데 간호사선생님이 안된다고 한다. 


인제 슬슬 힘주기 연습 돌입했다. 

무통주사를 맞아서인지 하체에 힘이 안들어간다. 큰일이다. 내가 힘을 잘줘야 꼬물이도 힘들지 않고 잘나올텐데. 힘주기 연습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이때 얼굴에 힘주면 얼굴 실핏줄이 다 터져서 큰일난다고 일을 볼때처럼 아래에 힘을주라고 수없이 들어도 그게 잘 안된다. 자궁문이 다 열리자 그동안 담당하던 간호사분 말고 수간호사 같은 분이 와서 봐주는데 정말 무섭다. 말도 못되게 한다.


"휴..... 산모님, 그렇게 해서 애기 못나요. 힘주는거 다시 연습하세요. 야! 너는 다시 연습시키고 이따 불러."


에씨, 나도 죽을힘을 다해서 하고있는데, 나한테도 도와주는 간호사한테도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일부러 더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얼굴 실핏줄이 터지던 말던 힘주는 연습을 했다.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서 보니 박유나원장님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셨다. 아 안도감이 든다. 

"자 엄마! 우리한번 힘내봐요! 인제 드디어 이쁜 공주님 볼수 있게 되었어."


진작에 자궁문은 열렸는데 원장님을 기다리느라 11시 정도에 분만실로 이동했다. 람쥐는 떼어놓고, 분만실로 이동할 침대로 옮겨서 실려갔다. 

드디어 머리속으로 수십번 수백번을 떠올렸던 출산의 순간이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하나도 안떨리고 침착해졌다. 무통주사 덕분일까 생각보다 힘들지도 않고 들어가서 간호사분들이랑 농담도하고 얌전히 원장님을 기다렸다.

그 사이 제2의 굴욕이라고 하는 제모도 하고 흑흑. 


원장님이 들어오시고 다시한번 힘을 북돋아 주신다.

"엄마는 내가 힘 주라고 할때만 힘주면 되. 오래 안걸릴거고 애기도 금방 볼수 있을거야.힘내요."


하.. 아까부터 힘주기 연습이 쉽지 않았는데 잘되려나.모르겠다.


첫번째 힘주기 스타트.

역시나 첫번엔 실패다. 


원장님의 지시로 두번째 힘주기엔 간호사한분이 배를 눌러주었다.

죽을힘을 다한 힘주기 + 배누르기 시너지 효과로 머리가 거의 나왔다고 한다.


마지막 세번째 힘주기.

인생최대의 쾌변을 하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아랫배에 엄청난 힘을 주었다. 이번에도 간호사분이 배를 눌러주셨다. 원장님의 환한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힘빼요. 애기 머리 나왔어요!"


와. 드디어 나왔구나 애기야 꼬물아.

근데 이녀석 나왔는데도 울지를 않았다. 


다른 간호사분이 남편을 호출했다. 아기울음소리가 안들리니 남편은 불러도 몰랐다고 한다. 어리버리한 표정의 람쥐가 들어오고 내 배위에 잠깐 올라왔떤 꼬물이 탯줄을 자르고 데려간다.


처음 만난 꼬물이는 36주에 나온 2.64kg의 이른둥이라

정말 작고 하얀 태지에 둘려쌓여서 말 그대로 핏덩어리 였는데,


그 동안 양수에 불어 있어서 그런지 빨간 고구마 같았다.

애기들은 처음 낳고 나면 안 이쁘다고 하더니 내 새끼라도 왜저렇게 생겼지 란 생각이 들었다. 나 엄마 맞나 란 죄책감이 들정도로 예쁘다 이런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내가 너무 쉽게 애기를 낳아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11시 14분 입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꼬물이가 빛을 본 시간을 알려준다.




아빠랑 탯줄을 자르고 발도장도 찍고 이런저런 검사를 하는 꼬물이!

작은 체구에 비해 발이 크다고 했다. 뱃속에 있을때도 다리뼈 길이가 유독 길어 키가 많이 크겠네 하셨는데,

발도 크구나.



태어날 당시에는 울지도 않아서 나온지도 몰랐는데, 선생님이 이런저런 검사해 주시니깐 서럽게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랑 떨어져서  그런가.


엄마는 분만후처치를 하고, 꼬물이는 신생아실로, 아빠는 다시 면회구역으로 이동했다.

잠시 뒤에 보자 아가.


분만 후 처치도 임신할때 엄청 걱정되었던 부분 이었는데, 꼬물이가 머리가 작고 몸집이 작게 나와서 생각보다 많이 꼬맬게 없다고 하셨다. 무통주사를 맞은 덕분에 처리해주실 때도 전혀 느낌이 나지 않고 걱정했던거 보다 쉽게 넘어가서 다행이었다.


후처치다 다 끝나고 회복실로 이동했다. 

이불하나 덮고 누워있는데 너무춥다. 가만히 누워있으니 너무 심심했다.

주사를 놔주러 온 간호사 분께 말해서 이불하나 더 덮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RH - (negative) A 형의 산모로 적아세포증을 방지하기위해 출산 이후 로감주사를 맞아야 했다.


지루했던 회복실에서의 한시간이 지나고 병실로 이동할 수 있었다. 애기보러가야지 룰루.



+


36주에 태어났지만 다행히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은 꼬물이 


2.5kg를 넘기고 36주를 넘기면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나보다.

그래도 신생아실 바스켓 안에 들어가기전 체온유지를 위해 잠깐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꼬물이!


엄마는 회복실에 누워서 회복하는 동안 파파람쥐가 인큐베이터안에서 체온유지하던 꼬물이를 찍어주었다.

(미래와희망은 초상권때문이라고 신생아실 안에 있을 때 사진을 못찍게 한다.)


+


1시쯤 입원실로 옮기고 나서 가만히 누워있는데 입원실 간호사분이 와서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척추마취를 해서 그런지 5시까지는 고개를 들지 말라고 했다. 고개를 갑자기 들면 척수액때문에 평생 약먹어도 사라지지 않을 두통이 생길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 고통스러웠던건 배뇨.

방광의 기능이 약화되어 이를 위해 검사를 하는데, 저녁 8시까지 화장실을 가지 못하면 소변줄을 꽂아야 한다고 했다. 그것만은 절대 안되서 계속 시도를 해도 배뇨의 의지가 전혀 없었다. 큰일인데... 결국 검사에 검사를 거듭한 결과 밤 9 시 정도가 되어야 성공을 하고 간신히 소변줄을 꼽지 않아도 되었다.


애기를 낳은 첫날이라 친구들은 부르지 않고 가족들만 불렀는데, 우리가족들은 다들 사정이 생겨 오늘 못오게 되었고 어머니께서 일찍부터 와서 간호를 해주시고 꼬물이도 봐주셨다.


그럼 이후의 후기는 다른 육아일기에 쓰는걸로. 꼬물이도 엄마도 고생했어 오늘!